신한 20년 운영 경험에 하나은행 도전장…지방세 수납·E-TAX 연계 안정성이 핵심
  • ▲ 인천시청 전경 ⓒ 인천시 제공
    ▲ 인천시청 전경 ⓒ 인천시 제공
    연간 17조원 규모의 인천시 금고지기 자리를 놓고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간 유치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20년간 지켜온 신한은행의 수성 의지와 본사 이전을 앞세워 판 흔들기에 나선 하나은행의 공세가 맞붙으면서 유치전이 뜨겁다.  

    특히 이번 경쟁에서는 금리와 협력사업비, 지역사회 기여도뿐 아니라 시민들의 세금 납부와 직접 연결되는 전산시스템의 안정성이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7일 금융권과 인천시에 따르면 최근 마감한 15조원 규모의 인천시 제1금고 입찰에 최근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제안서를 최종 제출했다. 2조원 규모의 제2금고에는 NH농협은행이 단독으로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시는 제2금고 재입찰을 진행한 뒤 심사를 거쳐 차기 운영기관을 선정할 예정이다. 선정 은행은 내년부터 2030년까지 4년간 인천시 자금을 관리한다.

    이번 경쟁은 기존 금고지기인 신한은행의 '수성 전략'과 하나은행의 '지역 연고성'이 맞붙는 구도다. 

    신한은행은 지난 2007년부터 20년 가까이 인천시금고를 운영해 온 경험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방세 수납과 가상계좌 운영, 납부자료 처리 등 지방자치단체 세입 업무를 장기간 수행하면서 인천시의 행정 및 세입 시스템과 연계된 업무 경험을 축적했다는 점에서다.

    지방세 제도와 납부 방식이 변경될 때마다 시스템을 조정하고 행정체계 변화에 대응해 온 경험 역시 강점으로 꼽힌다.

    반면 하나은행은 하나금융그룹의 인천 청라국제도시 본사 이전을 앞세워 제1금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나금융은 9월부터 임직원 2200여명을 인천 서해구 청라로 순차 이동시키며 '인천 시대'를 본격화하고 있다. 하나은행으로서는 제1금고를 확보하면 '인천의 대표 금융그룹'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하고 지역사회와의 접점을 넓힐 수 있다.

    이번 유치전은 양측 모두 뚜렷한 강점과 리스크를 동시에 안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한은행은 장기 집권에 따른 ‘독점 피로감’과 변화 요구를 넘어서야 하는 과제를 안았고, 하나은행은 대규모 본사 이전 프로젝트와 맞물려 불거질 수 있는 ‘지자체 밀착 및 특혜 시비’를 경계해야 하는 처지다. 두 은행은 제안 조건 노출을 막기 위해 마감 직전에야 서류를 제출하는 등 극도의 신경전을 벌였다.

    평가는 100점 만점으로 진행된다. 세부 배점은 금융기관의 대내외적 신용도 및 재무구조 안정성(25점), 시민 이용 편의성(24점), 금고업무 관리능력(24점), 대출·예금금리(18점), 지역사회 기여 및 시와의 협력사업(7점), 기타(2점) 등이다.

    인천시 시금고 업무는 단순히 시의 자금을 보관하고 관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시민들이 지방세와 세외수입 등을 납부하면 관련 정보가 금융기관의 수납망을 거쳐 시 세입회계에 정확하게 전달돼야 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제1금고 선정 과정에서도 금융기관이 제시하는 협력사업 규모나 금융 조건 못지않게 대규모 공공 세입망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지가 주요 평가 요소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신용도와 전산망, 지점 수 등 기본 인프라 부문(73점)에서 두 은행의 격차가 미미한 만큼, 결국 금리(18점)와 협력사업비(7점)에서 승부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인천시 금고의 예치금 금리가 4.57%로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시 재정에 유리한 고금리와 파격적인 사회공헌 출연금을 어느 쪽이 더 과감하게 제시했는지도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인천시는 조만간 '인천시 금고 지정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두 은행이 제출한 제안서 평가에 들어갈 예정이다. 심의위원회는 9~12명으로 구성할 수 있는데, 시는 그동안 12명 규모로 운영해 왔다.

    시금고는 한때 '알짜 사업'으로 꼽혔다. 지자체 세입이 들어온 뒤 세출로 지급되기까지 일정 규모의 잔액을 운용해 수익을 낼 수 있어서다. 세금 수납과 재정 지출을 담당하며 안정적인 자금 운용 기반을 확보하고, 산하기관과 지방공기업·지역 기업을 대상으로 기관·기업금융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공무원 급여계좌와 법인카드, 세금 수납·결제 등 다양한 연계 거래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최근 수익성은 낮아지고 비용 부담은 늘면서 시중은행의 관심도 과거보다 다소 줄었다는 지적이다.  

    17조원 규모의 시금고를 둘러싼 이번 경쟁에서 결국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누가 더 많은 것을 제시했느냐’가 아니라 ‘누가 시민의 세금을 더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느냐’가 될 전망이다.

    인천시는 심의위원회를 열어 제안서를 평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달 중 차기 시금고를 최종 선정한 뒤 10월 약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선정된 금융기관은 내년부터 4년간 인천시 자금을 관리한다.

    인천시 관계자는 "정확한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달 15일 전후로 시금고 지정 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제안서를 평가하는 절차를 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