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질 이의제기 금지·전량 인수 의무…“사실상 불량도 강매”손실 발생 시 책임은 모두 낙찰자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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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풍화암 (생산골재 강도저하)ⓒ 골재협회 제공
중소 골재업체에 대한 관급공사들의 요구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관급공사가 터널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발파암을 매각하면서 '암질 이의제기 금지·전량 인수 의무 조건'을 내걸어 공정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5일 한국자산관리공사 온비드에 올라온 관급공사들의 발파암 매각 공고문을 분석한 결과 '발파암 암질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공고문이 상당수 였다.공고문에는 암질과 관계없이 전량 인수, 품질 문제로 매입 중단 불가, 손실 발생 시 낙찰자 전액 부담 조항이 명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토사나 각종 폐기물이 혼입돼 있어도 예외는 없다는 내용이 부지기수 였다.실례로 지난해 입찰을 받는 GTX-B 노선 수도권 공사의 발파암 구매 공고에는 이상한 계약 조건이 하나 있었다. 낙찰자는 암질(암석의 품질)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고, 토사나 폐기물이 혼입돼도 전량을 구매해야 한다는 것이었다.이에 대해 골재업계는 “사실상 불량 암석 강매”라며 "이같은 발파암을 강매하는 것은 콘크리트 강도 하락을 부추기는 처사"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발파암은 지하도로나 지하철 노선을 뚫고 발생한 암석을 말한다. 한때는 시공사가 별도의 비용을 들여 매립 처리해야 하는 건설폐기물이자 골칫덩이였다. 하지만 환경보호를 이유로 자연 채석장과 채굴장 개발이 제한되자 콘크리트의 필수 원료인 '골재'의 원자재로서 몸값이 높아졌다. 발파암을 잘게 분쇄하면 콘크리트용 골재가 된다. -
- ▲ GTX-B노선 공사의 발파암 매각 공고문 일부 발췌문 ⓒ 한국자산관리공사 입찰시스템 온비드 제공
일부 공사의 경우 시공 중 터널 막장까지 덤프트럭 직접 진입 반출을 요구한 사례도 있었다.비용 구조 역시 낙찰자가 전적으로 떠안는다. 상차 장비(굴삭기 등), 운반비, 살수차 운행, 교통안전 신호수, 세륜·세차시설 유지관리, 환경·안전사고 대응, 민원 처리까지 관련 비용 전액을 낙찰자가 부담하도록 규정돼 있다.또한 발생암에 ‘풍암’ 포함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공고문에 명확히 기재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공고문에 명확한 성상(암질) 정보가 미기재 됐다는 것이다.골재업계가 가장 난감한 건 발파암 속 불순물이다. 발파암은 터널을 뚫을 때 폭약을 터뜨리며 발생한다. 폭약의 도화선 등 부순물, 폭파에 사용했던 철골, 목재 등 임시 구조물, 작업자들이 쓰던 목장갑에 어떨 때는 음식물쓰레기도 섞여있다. 이것들도 문제지만 가장 많이 섞이는 건 흙이었다.수도권의 A업체는 “구매 물량의 30%가 흙이었다”면서 "토사·철근·목재·폭약 잔재 등 불순물 혼입 문제가 심각하다. 이런 불순물이 섞인 골재는 콘크리트를 만들었을 때 강도가 떨어지는 원인이 된다"고 주장했다.골재업계는 “품질 통제권은 없고 책임과 비용만 부담하는 구조”라며 "이는 품질 리스크와 비용 리스크의 이중 전가"라고 지적했다.수도권 골재 수요의 약 65%를 발파암에 의존하는 구조 속에서 자연 채석 제한으로 관급공사의 협상력이 강화됐다는 것이 분석이다.중소 골재업체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신고만 해주면 조사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혹여나 추후 공사에서 불이익을 당할까 업체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업계 안팎에서는 "발파암 매각 조건을 둘러싼 논란은 단순 계약 문제를 넘어 공공 공사의 품질 관리와 시장 공정성 문제로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라고 우려했다.





